호스피스 약물, 조기 사망위험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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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1-05 13:56 댓글0건본문

진정제·항정신병 약물 사용 시 주의해야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으로 호스피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흔히 처방되는 약물이 오히려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학(University of Michigan) 노인정신의학과 로렌 걸락(Lauren Gerlach) 박사 연구팀은 최근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에서, 호스피스 환자에게 진정제(benzodiazepines)나 항정신병 약물(antipsychotics)을 처방할 경우 사망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을 새로 복용하기 시작한 치매 환자는 6개월 내 사망 위험이 41% 높았으며, 항정신병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는 1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걸락 박사는 “치매는 이제 호스피스 등록 환자의 가장 흔한 진단 질환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임박한 사망 단계에 있지 않다”며 “예후가 불확실한 치매 환자에게는 삶의 질을 해치지 않도록 약물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암 환자 중심에서 치매 환자로 확대
호스피스는 원래 암 말기 환자를 돕기 위한 제도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치매 등 비암성 질환 환자에게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호스피스 환자 중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환자의 비율은 1995년 1% 미만에서 2023년 25%로 급증했다.
그러나 암과 달리 치매는 병의 진행 속도나 예후가 매우 불규칙해, 환자가 반드시 단기간 내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호스피스 등록 환자의 약 20%는 6개월 이상 생존해 퇴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걸락 박사는 “치매 환자의 질병 경과는 수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다”며 “현행 제도와 처방 지침이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제·항정신병 약물, 부작용 위험도 높아
연구팀은 2015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의 미국 메디케어(Medicare)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호스피스 등록 전 6개월 동안 해당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던 13만9천여 명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였다.
그런데 호스피스 입원 후에는 절반 가까운 환자(48%)가 벤조디아제핀을, 13%가 항정신병 약물을 새로 처방받았다. 이 중 다수는 입원 직후 며칠 내에 처방을 받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조기 처방 경향은 약물이 개별 환자 상태에 맞춰 사용되기보다는, 호스피스의 ‘표준 절차’처럼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벤조디아제핀과 항정신병 약물은 혼란, 낙상, 과도한 진정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환자의 의식 수준이나 소통 능력, 남은 시간 동안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약물 사용, 정기적 재평가와 가족 확인 필요
걸락 박사는 “많은 환자에게 이 약물들이 불안·초조·섬망을 완화하는 의미 있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위험성 또한 분명 존재한다.”며 “특히 치료 초기에 약물 사용을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고, 환자와 가족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2018년 이후 호스피스 기관의 약물 처방 내역을 정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약물 사용 실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걸락 박사는 “지금의 호스피스 약물 처방은 일종의 ‘블랙박스’ 상태”라며 “국가 차원의 투명한 데이터 관리와, 근거 기반의 개별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생활 건강 팁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가 호스피스에 입원할 때 가족과 보호자가 다음 사항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진정제나 항정신병 약물 처방 여부 확인=환자가 초기에 해당 약물을 복용할 필요가 있는지, 부작용 위험은 없는지 의료진에게 직접 문의할 것.
▴약물 효과 및 부작용 모니터링=처방 후 환자의 의식 수준, 대화 가능 여부, 식사량, 수면 패턴 등을 꾸준히 관찰할 것.
▴대체 요법 고려=불안이나 초조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 외에도 음악요법, 터치요법, 환경 조절 등 비약물적 접근을 병행할 수 있음.
▴정기적 재평가 요청=일정 기간마다 약물 사용이 여전히 필요한지, 감량이나 중단이 가능한지 의료진과 논의할 것.
치매 환자의 마지막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과 ‘삶의 질’이다. 약물은 그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신중하게 결정할 때, 환자의 남은 시간이 보다 평온하고 의미 있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