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치매 진행 늦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2-24 13:40 댓글0건본문

경도인지장애(MCI) 발생 위험 3.1% 낮아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단순히 피부 질환을 막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치매 진행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고령자가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낮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의 파스칼 겔트제처 박사(Pascal Geldsetzer)는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서도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경우 치매로 인한 사망 확률이 더 낮았다”면서 “이는 이 백신이 단순한 예방 효과를 넘어 치료적 잠재력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자연 실험’ 통해 효과 확인
해당 연구는 2013년부터 대상포진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시행된 영국 웨일즈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28만 2,500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당시 백신 접종 대상은 특정 날짜에 만 79세였던 사람으로 제한되었고, 갓 80세가 된 사람은 접종에서 제외됐다. 이 덕분에 연구진은 나이와 건강 상태가 거의 비슷하지만, 접종 여부만 다른 두 집단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전 연구에서는 백신 접종자에서 7년간 치매 진단 비율이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추가 분석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기억력 저하가 없던 노인 중 백신을 맞은 사람은 9년간 경도인지장애(MCI) 발생 위험이 3.1% 낮았다.
▴이미 치매가 있던 사람 중 백신 접종자는 9년간 치매로 인한 사망 위험이 29.5% 낮았으며, 이 보호 효과는 특히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날까?
과학자들은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단계에 있지만, 두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첫 번째는 신경계 염증 감소다.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걸렸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계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는 동안에도 신경계에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염증이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백신은 이러한 재활성화를 막아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면역체계 전반의 강화다. 백신은 특정 질병에 대한 항체를 생성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면역 반응을 강화한다.
여러 감염성 질환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면역 기능이 향상되면 뇌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대되는 결과지만, 추가 연구 필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안젤리나 수틴 교수(Angelina Sutin, 플로리다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는 “사람들이 치매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늘 운동하기, 사회적 교류 유지하기, 삶의 목적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라고 말해왔다”며 “이제는 여기에 ‘담당 의사와 상의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고려하라’는 조언도 더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엘 살리나스 박사(Joel Salinas, 뉴욕대학교 랭곤 메디컬센터·NYU Langone) 역시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에 매우 근접한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지만, 단지 치매 예방만을 위해 접종을 권하기에는 아직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진과 전문가는 이번 결과가 향후 치매 예방 전략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결론적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통상 50세 이상 또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권장되고 있으며, 피부 통증과 신경통을 예방하는 목적이 크지만, 이번 연구는 뇌 건강을 지키는 또 다른 수단이 될 가능성 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실천 가능한 뇌 건강 수칙
-가능하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 후 대상포진 백신 접종 고려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유산소 운동
-가족·지인과의 사회적 교류 유지
-독서, 퍼즐, 악기, 봉사활동 등 두뇌를 쓰는 활동
-수면·혈압·혈당·콜레스테롤 정상 범위 유지
치매는 하나의 요인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습관과 예방 조치가 장기적으로 뇌 건강을 지키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상포진 백신 역시 그중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