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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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2016-11-24 16:41 댓글0건본문
기생충학 세계적 권위자
“날고기·생선회 즐기면 구충제 복용 신경쓰세요”
봄·가을이 ‘골든타임’…의사 진료도 필요
신종 기생충 대비 전문시스템 구축해야
기생충 전시관 및 연구소 설립 추진 중
“회충·요충·편충·구충(십이지장충) 등이 인체 기생충의 전부라는 생각은 큰 오해입니다. 아메바·편모충·말라리아원충·와포자충·간흡충·장흡충·고래회충·개회충·고양이회충·선모충·동해긴촌충, 아시아조충, 선모충 등 전문적인 기생충이 셀 수 없이 많아요.”
기생충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채종일 박사(65·서울대 기생충학교실 명예교수)는 소탈한 미소와 학자적 언행으로 주변의 존경을 받는 우리시대의 명의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기생충을 연구하고 가르친 서울대 의대(기생충학 교실)를 금년 8월 말로 정년퇴임했다.
현직 한국건강관리협회(과거 기생충박멸협회)장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채 박사를 최근 만났다.
채 박사는 “국가적인 기생충 박멸 정책에 힘입어 재래기생충은 크게 감소하였지만 해외에서 신종 기생충이 유입되고, 진단조차 어려운 기생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문적인 기생충 검진과 치료를 위한 의료체계 구축, 국민 개개인의 정기적인 구충제 복용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우선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즈음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기생충은 대다수가 식품 매개성이다. 일반인들뿐 아니라 특히 만성질환 환자나 노약자, 면역저하자의 경우 음식을 날로, 또는 덜 익혀 먹는 일을 삼가는 것이 좋다.
구충제 복용은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복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가을은 봄·여름내 인체에 감염된 기생충들이 주요 번식을 하는 시기로, 기생충 퇴치의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이 때에 맞춰 기생충을 박멸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과거에 비해 기생충의 종류가 다양하며 적응증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가장 적합한 종류의 구충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구충제는 회충, 구충, 편충 등을 치료하는 데 그칩니다. 1년에 1회 또는 2회 복용하는 것은 예방과 치료 차원에서 바람직해요. 그렇지만 식품이 매개하는 흡충류 같은 기생충 감염은 진단과 치료를 의사에게 맡겨야 합니다. 특히 생식을 좋아하는 경우에는 1년에 1회 정도 의사의 검진을 받고 처방을 받아 적절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게 옳은 방법입니다. 시중에서 구입 가능한 구충제를 복용하고는 기생충 감염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으로, 혹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채 박사는 자신의 저서 <우리 몸의 기생충 적인가 친구인가>에서 ‘기생충은 적이면서 친구도 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사람에 감염되면 영양분을 빼앗고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기생충은 분명 기생(寄生)이라는 말에 걸맞게 인간에 해롭지만 기생충이 인간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기생충을 이용한 난치병 치료 연구와 임상 적용을 말하는 것이다.
“1997년 이후 미국 아이오와대는 돼지편충을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환자의 증상 부위에 감염시켜 질환을 호전시키는 치료가 소개됐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영국 노팅엄대에서는 개나 고양이에 기생하는 개구충(아메리카 구충)을 기관지천식 환자의 장에 인공적으로 감염시켜 천식증상을 완화시킨 임상 결과들이 나왔고요. 국내에서도 세포에 기생하는 톡소포자충(현미경으로만 보임)을 이용해 암 면역요법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치료제, 알츠하이머(노인성 치매) 치료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길이가 최대 9~10m에 달하는 대형 촌충인 동해긴촌충(광절열두조충)을 활용한 다이어트 방안도 국내외 연구자들 사이에 활발히 모색되고 있습니다.”
채 박사는 학계 및 동료·후학들과 힘을 합쳐 기생충학 연구와 역학조사 등에 주력하고, 기생충이 큰 문제가 되는 국가에서 한국 의학자로서 봉사활동도 계속할 예정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장으로서 활동하는 한편으로 기생충 연구와 진료 및 자문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인체 기생충 질환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현재 국내에 마땅한 기생충 전시관(또는 기생충 박물관)이 없는 상태라 향후 기생충 표본이나 기생충 관리의 역사 등에 대한 귀중한 자료들이 소실될 가능성이 큽니다. 배우는 학생 및 일반 주민들에 대한 홍보·교육 목적으로도 전시관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건강관리협회는 국내 최초의 기생충 전시관 설립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기생충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그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기생충병 연구소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채 박사는 의사동인 ‘박달회’ 주요 멤버로 40년 이상 꾸준하게 수필을 쓰고 있다. 2010년부터 세계기생충학회 부회장을 맡아 한국 기생충학계의 국제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차기 세계학회 회장 1순위로 꼽힌다. 채 교수는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기생충 퇴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채종일 박사의 주요 약력
1976년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 주임교수, 서울대 의학연구원 감염병연구소장·의학연구원 원장(직대), 서울대 BK21 인간생명과학연구단장, 대한기생충학회 회장, 세계보건기구(WHO) 흡충질환 관리 전문위원(현),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현), 국제열대의학연맹(IFTM) 사무총장 및 재무이사(현), 세계기생충학회(ICOPA) 부회장(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장 및 부원장(현), 한국건강관리협회 회장(현)
■ 채종일 박사 주요 학술 업적
전남 신안에서 인체 기생 신종 흡충인 참굴큰입흡충 세계 최초 발견(1988), 국내 말라리아 재유행 최초 발견 보고(1993), 전북 부안에서 장 디스토마의 인체 기승 증례 10명 세계 최초 발견(2001), 한국 라오스 기생충 관리 국제협력 사업 주도 및 메콩강 유역 장내 기생 흡충류 5종 첫 발견(1997∼2010), 한국 캄보디아 기생충 관리사업 주도 및 현지 어린이들의 극구흡충 감염 첫 발견(2007∼2011), 기생충학 교과서 <임상 기생충학> 대표저자 참여(2011)
글·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건강과학팀장) *사진=채종일 박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