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한 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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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2016-10-20 10:22 댓글0건본문
“갑상선암, 조기 발견이 최선”
증상이 느껴지면 주변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아
전이나 재발 상당히 발생, 요오드 치료도 안 먹혀
렌비마 같은 표적치료제 신약 보험적용 확대 필요
“1㎝ 미만의 미세 갑상선(샘) 유두암은 치료 결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 검사해서 발견됐을 때 이야기입니다. 검진을 하지 않고서는 그런 미세 암을 발견할 수도 없거니와, 증상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주변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습니다.”
윤 정한 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외과 교수가 갑상선암 치료에 대한 ‘골든타임’을 지적했다. 1㎝ 이상 진행된 암은 증상을 느끼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늦게 발견하거나 그냥 놔두다 암의 크기가 커지고 근처 기관으로 전이가 일어나면 수술 범위가 넓어지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 횟수도 늘어나고, 완치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980년대 후반부터 1만6000건 정도 갑상선암을 수술한 권위자인 윤 교수는 지난 5월 말까지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회장을 맡아 아시아내분비외과학술대회 성공적 개최 등 의학발전과 환자치료 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그 동안의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으로 조기 진단 환자와 수술 건수가 크게 줄면서 예후(예상되는 치료 결과)가 좋은 초기암 환자들이 감소하고 심각한 암 환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갑상선을 모두 절제하고 측방 림프절까지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 학계에서 웬만큼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아니고서는 검사나 조기 수술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우선 검진 자체가 워낙 고가이고, 의사를 만나기도 힘들어요. 또 수술 합병증이 높다 보니 그런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갑상선암이 일반 암에 비해 치료 결과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너무 많이 주니까 비용 대비 효용성을 따져 갑상선암 치료 시기와 내용을 축소시킨 측면이 큽니다.”
그럼 한국의 의료비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보험급여를 받는 5년 동안 환자가 5%만 부담하면 된다. 환자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초음파 검사도 미국에서는 100만~150만원인데 한국은 4만~5만원 정도다. 수술비도 우리나라가 훨씬 저렴하고,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1㎝ 미만 미세 암의 경우 생존율이 95% 이상에 달한다. 갑상선암 치료법은 1차적으로 수술한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를 제거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2차적으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한다.
재발되거나 전이된 경우에도 수술을 하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는데, 요오드가 잘 듣지 않으면 표적치료제를 쓴다. 문제는 요오드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재발 환자의 약 3분의 1이 요오드 치료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요오드 치료에 반응을 보였던 재발 환자도 재재발이 되면 최소 3분의 2 이상이 결국 요오드 치료에 불응하게 되죠. 이런 환자들에게는 표적치료제가 거의 유일한 대안입니다. 임상이 이뤄진 것은 두 가지 정도가 있어요. 하나는 보험급여가 되는 ‘넥사바’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출시되어 보험급여가 아직 안 되는 ‘렌비마’인데,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한 임상은 없지만 무진행 생존기간과 반응률 등에서 ‘렌비마’의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 교수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만큼, 렌비마의 건강보험 급여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적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이 약을 써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 군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개발된 약제들은 워낙 고가여서 보험급여를 해주지 않으면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본인 부담으로 약을 쓰기엔 너무나 부담이 크다.
“갑상선암은 증상이 있을 정도가 되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에 조금 자신이 없거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번 정도는 검사를 해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향후 추가 검사 간격 등을 의사에게 제대로 상담 받아서 갑상선암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든가,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하는 것이 환자들을 보는 저희 갑상선암 전문의사들의 마음입니다.”
글=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건강과학팀장)